웨스트 빌리지를 지나가다 케밥집이 보이길래 들어갔다.
https://maps.app.goo.gl/kfygoeSkxS1syZmr9
Kebab Express | Halal Grill · 235 Bleecker St, New York, NY 10014 미국
★★★★★ · 할랄 음식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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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나름 케밥을 좋아했었다. 물론 음식의 정석이나 기원에 대해선 잘 몰랐고, 내가 즐겼던 것은 그냥 길거리에 있는 케밥 트럭에서 사먹는 케밥이었다. 나의 케밥 첫 경험은 어릴 때 학교 앞에 가끔 오던 케밥 트럭에서 1500원쯤 주고 한번 사먹어 본 케밥이었다. 얇은 빵과 고기, 야채, 그리고 치즈가루의 조합, 그리고 뭔지 모를 소스의 조합이 좋았던 것 같다.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와 유사한 트럭이 가끔 길거리에서 보이면 사먹곤 했다.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4000~5000원이면 하나를 사 먹을 수 있다.


하지만 함정은 한번도 케밥 전문점에 가본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할랄 가이즈엔 한번 가봤지만 거기서 케밥을 시킬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까지 왔고, 길거리에서 보이는 케밥 집이 반가워서 들어갔던 것이었다. 어찌 보면 첫 케밥 전문점이다.
직원이 날 반갑게 맞았다.
직원: 안녕? 뭐 줄까
나: 음, 난 케밥을 먹어보고 싶어.
직원: 그래 좋지. 치킨 오버 라이스로 줄까?
나: 아니, 케밥이 그 랩으로 싸먹는 거 맞지?
직원: 응 우리 빵도 있어. 빵으로 한다는 거지? 거기 있는 재료들 중에 원하는 거 골라봐.
(메뉴판을 흘긋 보니 치폴레처럼 프로틴 고르고, 야채 고르고, 소스 고르는 그런 방식인 것 같다.)
나: 그럼 프로틴은 Lamb로 하고..
직원: 케밥 먹는다며? 우리는 치킨 케밥 밖에 없어
나: 그래? Lamb를 넣으면 안되는 거야?
직원: 아니 너가 케밥 먹는다며. 치킨 케밥 말하는 거 아녔어? (황당해 함)
나: 뭐 그럼 치킨 케밥으로 줘
직원: 야채랑 소스는?
난 좀 의아했지만 어디서 꼬였는지 몰라 일단 음식을 받았다. 그런데 이거 뭐 랩 형태가 아니라 그냥 두꺼운 빵 위에 구운 치킨 덩어리와 각종 야채를 올리고 소스를 뿌려주는 것이었다. 그냥 bowl 대신 빵을 사용한 정도? 도저히 랩처럼 싸 먹을 수 없어서 그냥 샐러드처럼 포크로 집어먹으면서 빵을 조금씩 뜯어 먹었다.
그리고 조금 검색을 해보고 깨달았다. 케밥은 랩 형태의 음식이 아니라 그냥 고기의 조리방식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팬이나 그릴 등 음식과 불 사이에 아무것도 없이, 그냥 열원에 직접 구워낸 고기를 말하는 것이라곤 한다. 즉 직화구이랑 비슷한 것인데 직화 구이도 중간에 그릴이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아니다.

가장 가까운 건 꼬치(양꼬치 등)나 전기 구이 통닭, 전기 구이 삼겹살 정도라고 하겠다.

사실 케밥은 고기의 종류를 상관하지 않는다. 양고기 케밥, 닭고기 케밥, 돼지고기 케밥, 생선 케밥 등이 있을 수 있고 이슬람 지방이 아니면 물론 소고기 케밥도 있을 수 있다. 결국 내가 길거리에서 사먹었던 케밥은, 그냥 먹기 좋게 랩으로 싸서 파는 "케밥 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메뉴판을 다시 찬찬히 살펴 보니 "프로틴" 영역에 양고기, 케밥 닭고기(Kebab Chicken), 돼지고기 등이 나열이 되어 있다. 즉 케밥은 그냥 고기 조리 방식이었던 거고, 난 케밥을 골랐으니 그 직원은 당연히 '프로틴으로는 닭고기'를 골랐다고 생각한 것이다. 랩이든 말든 그건 그 직원의 머리속에선 '케밥'과는 상관이 없다. 내가 랩을 언급했으니 그냥 빵을 준 것이다.
근데 내가 또 갑자기 양고기를 고르고 있으니 얘가 뭔소리 하나 싶었을 거다.
사실 조금만 변명을 하자면, 식당 이름에 케밥이 들어가는 케밥 전문점(Kebab Express)인데 케밥이라곤 프로틴으로 들어가는 닭고기 케밥 밖에 없으니 그것도 문제긴 하다. 만약 거기서 양고기, 돼지고기도 케밥으로 팔았다면 내가 "케밥 먹을게" "양고기로 할게"라는 말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진짜 케밥을 제대로 하는 전문점에 가면 꼬치, 랩 등의 다양한 케밥 기반 요리를 파니깐 내가 '케밥'만 골라도 다양한 요리들이 추천이 되었을텐데 여긴 그냥 프로틴으로 들어가는 '치킨 케밥'말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아무래도 내가 간 곳이 그렇게 관광객이 들리는 곳이라기 보단 로컬들이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러 가는 곳이라, 뭔가 잘 모르는 것 같은 손님에게 설명을 해주는 것엔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여튼 뉴욕에 와서 얼굴에 철판은 옛날에 깔았다. 조금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였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다.
그냥 이제 케밥이 뭔지 확실이 알았다. 그냥 케밥은 고기를 구워내는 방식이자 그렇게 구워진 고기일 뿐이다.